노조가 만난 사람들
 

저(低)출산 사회라는 표현이 무색하게 우리 대학에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이들이 많다. 사실 누구보다 빠른 시각에 집을 나서지만 사무실에는 9시 직전에야 도착하고, 칼같이 퇴근하지만 가정으로 새롭게 출근하는 ‘슈퍼엄마’와 ‘슈퍼아빠’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학교와 노동조합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는 노조원을 위해 더 많은 고민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들의 이야기
   - 일과 육아의 병행

우리 대학은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하며 본교, 산학협력단 및 법인사무처에서 근무하는 전일제 근로자와 대학원 재학생의 자녀가 다닐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노조는 매일 아이들과 함께 ‘집-유진어린이집-사무실-유진어린이집-집’을 쳇바퀴 돌 듯 뛰어다니는 4명의 노조원을 만났다. 교무처 Digital Experience 센터 문수지 과장, 학술정보원 행정정보팀 백수현 과장, 실험동물연구센터 하나영 대리, 국제캠퍼스 종합행정센터 시설지원팀 이응민 주임이 전하는 일과 육아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들어보자. 다음은 일문일답.

Q. 현재 맡고 있는 업무와 함께 출·퇴근하는 우리 아이들을 소개해주세요

교무처 Digital Experience 센터 문수지 과장(이하 문수지 과장) = Digital Experience 센터에서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 교육 및 관련 행사를 담당하고 있다. 매일 김명준(7살, 남), 김나현(5살, 여) 두 아이와 함께 출·퇴근을 함께하고 있다.

학술정보원 행정정보팀 백수현 과장(이하 백수현 과장) = 행정정보팀에서 SAP, ERP, 기부금통합관리 등 각종 행정정보시스템을 운영 및 관리하고 있다. 첫째 백지우(7살, 여)와, 둘째 백지원(5살, 여), 두 공주님과 함께 매일 즐겁게 출·퇴근하고 있다.

실험동물연구센터 하나영 대리(이하 하나영 대리) = 실험동물연구센터의 운영 및 유지 관리자로 일하고 있으며, 주로 유전자변형 마우스(실험용 쥐)를 생산하고 있다. 첫째 딸은 동생도 잘 돌보고 의젓하며 춤을 좋아하는 아이고, 둘째 딸은 애교가 많아 항상 웃음을 주는 아이다.

국제캠퍼스 종합행정센터 시설지원팀 이응민 주임(이하 이응민 주임) = 국제캠퍼스 시설지원팀에서 건축, 조경을 비롯하여, 공간관리, 하자보수, 시설물 안전관리, 임대업체 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5살된 아들이 작년부터 유진어린이집에 다니고 있다.

Q. 하루 일과를 간략하게 소개해주세요.

백수현 과장 = 보통 아침 7시 전에 일어나 아이들 아침을 먹이고 나면 출근 시간이 빠듯하다. 어린이집에 도착해서 서랍장과 공지사항을 확인하고,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면 8시 50분쯤 간신히 출근한다. 아이들 하원 시간에 맞춰 퇴근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시간에 집중해서 일을 하는 편이다. 저녁 7시쯤 집에 도착해서 아이들과 함께 저녁 먹고, 씻기고 나면 저녁 9시가 훌쩍 넘는다.

하나영 대리 = 전체적인 일과는 백수현 과장와 비슷하지만, “워킹맘이라 지각한다”는 이야기를 안 듣기 위해 아침에 굉장히 서두르는 편이다. 업무 특성상 집에 가져가서 할 수 없는 일이 많아 종종 점심을 거르거나, 샌드위치나 김밥 등으로 간단히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항상 퇴근시간이 다가오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기다리는 아이들이 눈에 밟혀 다급해지는 건 엄마들 모두 마찬가지일 것 같다.

이응민 주임 = 매일 아침 7시 20분, 송도행(行) 셔틀버스를 타야하는 만큼 아침이 매우 바쁘다. 오후 5시 30분 신촌행(行) 셔틀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하면 저녁 7시가 넘는데, 아이와 잠깐 놀아주면 벌써 잠잘 시간이라 아쉬움이 많다. 아직은 휴직중인 배우자가 아이 등·하원을 전담하고 있지만, 내년에 복직하면 직접 등·하원을 담당해야 해서 걱정이 크다.

문수지 과장 = 아이들이 활동하는 아침 6시 반부터 저녁 10시까지, 개인 시간 없이 아이들 돌보다가 업무 보고 다시 아이들을 돌보는 일상이 반복된다. 아이들 재우고 일을 해야 할 때도 있지만, 누적된 피로에 같이 잠들어버리기 일쑤다. 종종 새벽에 깨면 무언가 아쉬운 마음에 웹사이트를 뒤적이거나 급한 업무를 보는 게 유일한 개인시간이다.

Q. 가정에서 배우자와의 가사와 육아 비율은 몇 대 몇(본인 : 배우자)인가요?

하나영 대리 = 배우자가 집안일을 “도와준다”라기보다는 “같이한다”고 생각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가사와 육아 비율이 6:4정도는 되는 것 같아 만족하는 편이다.

이응민 주임 = 배우자가 휴직중이라 2:8 정도라고 생각한다. 인터뷰하면서 생각해보니 나의 가사 및 육아 비율을 올려야할 것 같다.

문수지 과장 = 시부모님께서 근처에 사시며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신다. 대략 5(본인):3(시부모님):2(배우자) 정도다. 평일엔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짧아 그 시간만큼은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라고 배우자에게 요구하고 있다.

백수현 과장 = 배우자가 프리랜서로 일하다보니 가사를 많이 미루는 경향이 있는데 3:7 정도 된다고 생각한다. 오늘 퇴근해서는 좀 더 해야 할 것 같다. (웃음)

Q. 유진어린이집에 자녀를 맡기기 전과 맡긴 후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이응민 주임 = 아이가 형제가 없어 대인관계나 사회생활에 미숙한 점이 많았는데, 유진어린이집에 다니고부터는 사회성이 많이 늘었다. 아울러 기본 생활 습관도 개선되는 걸 느낀다.

문수지 과장 = 아이가 없었을 때는 취미활동도 즐기고, 야근이나 퇴근 후 번개모임도 활발했는데, 유진어린이집 등·하원을 도맡아하면서 이런 활동이 위축된 게 가장 아쉽다.

백수현 과장 = 아이들과 함께 출·퇴근하면서 자녀와의 친밀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이때 아니면 언제 또 이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다. 또한 유진어린이집 시설과 선생님을 믿고 맡길 수 있어 심리적으로 안정되는 점도 달라진 점이다. 다만 아이들의 등·하원을 책임지다보니 근태관련 압박감을 느낄 때도 있다.

하나영 대리 = 둘째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기 전까지 시어머니께서 도와주셨는데, 둘째마저 어린이집에 다닌 이후 등·하원은 전적으로 내 몫이 되었다. 체력의 한계와 부족한 시간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심지어 내년에 태어날 셋째 아이까지 유진어린이집을 다닌다면 어린이집 최장수 학부모가 될 것 같다.

Q.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하는 입장에서 학교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문수지 과장 = 출·퇴근 시간과 업무 일정이 비교적 예측가능하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백수현 과장 =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업무도 있지만, 그보다는 반복적이고 예측 가능한 업무가 더 많은 편이다. 특히 우리 팀의 경우, 김태성 팀장님 이하 전 팀원들이 모두 가정적이어서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데 많은 이해와 배려를 받고 있다.

하나영 대리 = 아이들과 출·퇴근을 함께 할 수 있고, 사무실과 어린이집이 가까워 아이가 아플 때나 응급상황이 발생할 때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신뢰를 갖고 아이들을 맡길 수 있어 믿음이 간다.

이응민 주임 = 학교 내 어린이집이 있다는 것 자체가 큰 장점이다. 입학 전 어린이집 폭행 동영상을 보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막상 다녀보니 모든 면에서 믿고 맡길 수 있어 감사할 따름이다.

Q. 일과 가정의 밸런스를 위해 학교에 요청하고픈 복지나 지원이 있나요?

백수현 과장 = 모 유통그룹의 경우 ‘반반차휴가제’를 도입하고 있다. 반반차휴가제란 2시간 단위의 휴가제로 종종 어린이집을 방문하거나 잠깐 병원에 가야하는 경우 휴가를 낭비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도입이 된다면, 학교도 연차 소진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노사 모두에게 좋은 제도가 아닐까 싶다.

이응민 주임 = 국제캠퍼스 직원의 경우 신촌에 위치한 유진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아이의 하원은 양가 부모님 혹은 도우미를 구해볼 수 있으나, 아이의 등원은 너무 일러 대리인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이에 신청자에 한하여 일정기간 동안만이라도 30분~1시간 정도의 탄력근무제를 도입했으면 좋겠다. 장기적으로는 국제캠퍼스에도 어린이집을 설립하거나, 캠퍼스 주변 외부위탁이라도 지원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울러 유아 자녀에 대한 교육비 지원이 최근 중단되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다시 지원되었으면 좋겠다.

문수지 과장 = 유진어린이집 신입생 선발인원을 늘릴 필요가 있다. 갈수록 지원자 범위는 느는데, 선발인원은 그대로인 점이 출산을 고민하는 노조원에게는 큰 걱정이다. 아울러 신입생 선발 결과발표가 보통 12월에 이뤄지는데, 이때 탈락하면 다른 대안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한 만큼 신입생 선발일정을 반년만 당겨주었으면 한다.

Q. 유진어린이집에서 만난 부모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노조원은 누구고 이유는 무엇인가요?(동일부서 노조원 제외)

하나영 대리 = 학술정보원 학술정보서비스팀 범수정 과장님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어린이집에서 요청하지 않았음에도 아이들의 만들기 재료를 챙기는 등, 본인 아이뿐만 아니라 전체 어린이들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이응민 주임 = 미래전략실 미래전략팀 이준호 차장님이 기억에 남는다. 이준호 차장님 자녀와 우리 아이 모두 내성적이어서 3월 적응기부터 많이 힘들어했다. 출근 시간도 촉박하고, 짜증이 날법 한데도 혼을 내기보다는 따뜻하게 아이를 품어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문수지 과장 = 어린이집에서 만나는 노조원 모두가 서로 말하지 않아도 육아와 가사의 고단함을 공유하고 이해하고 있다. 그 고단함을 함께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는 만큼 모두가 기억에 남는다.

백수현 과장 = 학술정보원 학술정보서비스팀 범수정 과장님을 꼽고 싶다. 평소에도 차분하게 업무를 처리하시는데, 쌍둥이 아이들을 돌볼 때에도 혼을 내거나 화를 내기보다는 차분히 아이들과 이야기하며 공감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Q. 아이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이응민 주임 = “어린이집에서 만난 친구들과 다양한 활동을 하며, 좋은 추억 많이 만들고 즐겁고 건강하게 자라줘!”

문수지 과장 = 갓 돌 지난 때부터 40~50분 거리를 매일같이 함께 출·퇴근한 것이 가장 미안하고 고맙다. “명준아! 나현아! 우주만큼 사랑해 ♡”

백수현 과장 = “지우, 지원아~ 아빠가 우리 두 딸 모두 너무 사랑한다. 아빠는 우리 공주님들이 지금처럼 활짝 웃으면서 행복한 마음으로 앞으로도 잘 지냈으면 한단다. ^^”

하나영 대리 = “가은아, 고은아~!! 사랑하는 우리 딸들!! 항상 서로 사이좋은 모습에 엄마는 항상 감사한다. 주중에 너희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짧아서 항상 미안해. 주말에도 뭐가 그리 바쁜지 제대로 놀아주지 못하고, 아플 때도 독하게 마음먹고 어린이집 보내는 것도 미안해. 그래도 엄마 곁에 있어줘서 고맙고, 엄마에게 와줘서 고맙고, 너희들의 존재만으로도 엄마는 행복하단다. 항상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부족한 것 같구나. 사랑한다. 우리 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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